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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인생에 어떤 어려움을 마주할 때면 책을 찾아보는 버릇이 있다. 책에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한 사람의 성찰이 담겨있으므로, 내가 마주한 어려움을 헤쳐나갈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렇게 답을 찾다 운명처럼 생각을 깨주는 책을 만나면 마치 병을 낫게 해주는 ‘약’을 복용하는 기분인데,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책을 읽을 당시의 나는 무언가 계속 헛헛한 기분에 사로잡혀있었다. 목표가 있긴 한데 추진력이 생기지는 않았고, 포기하자니 지금의 반복되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는 높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동기가 떨어진 느낌이었다. 충족되지 못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니 매일 무언가 허전하고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기대감’이 ..

탈리스커 10년 : 싫어하는 것이 적은 삶

위스키를 제대로 좋아한지는 작년 말부터가 처음인 것 같다. 그 전에는 그저 남들이 좋아한다길래 맛도 잘 모른 채 조금씩 도전하다가 이제는 정말로 내가 좋아서 한 두병씩 사두고 집에서 즐기기 시작했다. 처음 산 위스키는 ‘발베니 12년’이었지만, 위스키가 더 좋아진 계기는 ‘탈리스커 10년’을 마시고 나서다. 오늘은 짧은 위스키 지식으로 탈리스커를 예찬해보기로. 나는 어릴 적에 편식이 꽤 있었다. (지금도 마냥 잘 먹는다고는 못하겠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매운 걸 잘 못 먹고, 바다 내음이나 비린내가 강한 음식은 쥐약이었다. 굴은 여전히 입에 대기도 어려워하며, 그나마 회는 육회부터 시작해서 생선회를 먹기 시작한 게 아직 5년이 채 안 됐다. 그러서인지 나는 뭐든 편식 없이 복스럽게 잘 ..

어나더 라운드, 나의 찬란함은 죽지 않았다

나는 책이든 영화든 감상을 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각을 곱씹고, 필요하면 다시 장면을 찾아보며 하나하나 느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 없이 쏟아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감상기를 남기게 된다. 그러니 아마 영화 블로거의 역할은 못하리라. ‘어나더 라운드’는 올해 초 겨울에 본 영화다. ‘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나의 올해의 영화였다. 당시에는 마음이 편한 시기가 아니라 더 무겁게 이입했을 수도 있으나, 영화가 던지는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벌어지는 상처와 힘겨운 봉합의 과정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을 때 주의를 요함)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잃어가는 주인공 ‘마틴’. 청바지를 입고 재즈..

나에게도 이상형이 생겼다.

나에게도 이상형이 생겼다. 그동안 이상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혹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식으로 아주 자잘하거나 반대로 너무 광범위한 취향이라 나 조차도 못 만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나와 잘 어울리는 그리고 내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보았다. 나는 다정한 사람들에게 약하다. 그게 찰나의 관계를 위한 다정함이었을지라도, 다정함에는 강한 무기가 있다. 그들은 껍질을 드러낸 갑각류 같다.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거스르고, 남을 신경 쓰지 않아야 단단해지는 세상에서 말랑한 마음을 내어놓고 산다. 그런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감동과 위안을 얻는다. 나도 더 다정해도 될 것 같은 안도감. 그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 MBTI 유행이 처..

쓰잘데기없는 프로젝트의 서막

오늘의 할 일 : 쓰잘데기 없는 일 하나라도 하기. 내가 이런 계획을 세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못해도 하루에 5개씩은 TO DO LIST를 채워가며 분단위로 쪼개 살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미래와 달리. 나는 ‘오늘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하는 쓸모없는 일을 하나라도 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확히는 약 1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일명 ‘씊’ 프로젝트는 우연히 본 영상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마음의 치유가 필요했다.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혔다. 일과 타인으로부터 정의되는 내가 아닌, 진정한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보다 내가 되고 싶은 존재만 너무도 크게 남아 있어 내가 이 세상에 발을 디딛고 살고 있는 ..

멀리 가려면 함께하라

멀리 가려면 함께하라 나는 개발 (IT) 지식에 무지한 사람이지만, 우연히 지인의 추천을 받아 완독 했다. 중간중간 개발 관련 개념이 나올 때는 다소 집중을 잃긴 했으나 읽고 나니 배울 점이 참 많았던 책이다. 이 책은 애자일 컨설팅 대표인 김창준님이 쓴 만큼 ‘애자일’하게 일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개발 방법론으로서 ‘애자일’은 아직 이해도가 낮으므로 넘어가고) 조직문화로서 ‘애자일’이란 부서 간 경계 및 분업화를 허물고, 팀으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하는 업무 방식을 일컫는다. 즉, ‘함께’ 일을 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며, 이 책은 애자일의 필수인 ‘함께’ 그리고 ‘자라는’ 조직의 방법을 알려준다.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어있으며, 1장 자라기, 2장..

외로움의 이면

분명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문득 공허하고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사람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도, 우리 사이에 어떤 권태기가 찾아온 것도 아니지만 위로받고 싶은 어린애가 마음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혼자의 시간을 부정적으로 여겼을 때는 그 감정이 그저 외로워서라고 생각했다. 타인이기에 오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 남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외로움. 그러다 마음이 커지면 남은 왜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가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그 사람이 나를 더 이해하고 보듬었으면, 내 마음을 더 알아줬으면 하며 생떼를 쓰기 시작한다. 한때는 그 마음을 사랑이라는 명분에 가두기도 했고, 뻔뻔하게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책임을 전가한..

WEEK20 :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이번 주 한 줄 평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회사에서 시키는 일 그 어딘가를 잘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험 정리와 느낀 점 회사가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약 3주간의 기억이 사라질 정도로 정신없이 일들이 흘러갔고, 희망과 좌절을 반복했다. 근래는 ‘좋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좋은 리더는 어떤 리더일까?’ 등과 같이 근본적이고 주관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고 있다. 특히 회사 생활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내가 하고 싶은 일’ VS ‘회사에서 시키는 일’ 그 사이의 균형을 찾는 방법이다. 회사가 책임지고 내 커리어 방향성을 만들어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구성원의 커리어 방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만 준다면 결국 회사를 떠나거나 남아서 매우 수동적으로..

WEEK17 : 어찌되었건 단단해지고 있다

이번 주 한 줄 평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은 오갔던 한 주. 극도의 성취감과 동시에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경험 정리와 느낀점 설득의 기술을 배웠다 난생처음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사실 그동안 적극적으로 나보다 경력이 많은 분이나 리더들을 설득해온 적은 없는데 (보통은 따르는 방향이었다) 이번에는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겼다. 내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팀에 많기도 하였고, 남들이 보지 못 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설득할만한 포인트를 찾은 것도 한 몫했다. 대표님과 다른 팀의 리더분들이 참석하는 자리에서 직접 회의를 리드하였고, 준비해온 자료가 앞으로 업무의 방향성을 바꿔주기를 바라며 열심히 프레젠테이션을 이어갔다. 결론적으로는 발표를 마치자 모..

WEEK16 : 이끌거나 따르거나

이번 주 한 줄 평 극복해야 할 일이 생겼다. 통제력을 잃었을 때에도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경험 정리와 느낀 점 주간 업무 일지임에도 불구하고 3달이 지났다. 반성한다. 벌써 입사한 지 16주가 넘어가고 있고, 그간 정신없이 쏟아지는 업무들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삐 흘러갔다. (중간에 코로나도 걸렸다) 개인적으로 업무 기록을 안 해왔던 건 아니지만, 누군가 볼 수 있는 글을 쓸 때 느끼는 성장이 있기에 다시금 꾸준히 기록을 해보기로 한다. 진행하던 CRM 업무는 (이라고 부르기에는 고객과의 긍정적인 관계나 데이터 분석을 위한 환경 구축이 부족하지만) 성과를 잘 보이고 있다. 목표 매출만큼 달성한 경험도 쌓았고, 러닝을 쌓고 분석하면서 점차 나만의 기준이 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