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이상형이 생겼다. 그동안 이상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혹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식으로 아주 자잘하거나 반대로 너무 광범위한 취향이라 나 조차도 못 만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나와 잘 어울리는 그리고 내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보았다. 나는 다정한 사람들에게 약하다. 그게 찰나의 관계를 위한 다정함이었을지라도, 다정함에는 강한 무기가 있다. 그들은 껍질을 드러낸 갑각류 같다.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거스르고, 남을 신경 쓰지 않아야 단단해지는 세상에서 말랑한 마음을 내어놓고 산다. 그런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감동과 위안을 얻는다. 나도 더 다정해도 될 것 같은 안도감. 그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 MBTI 유행이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