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이든 영화든 감상을 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각을 곱씹고, 필요하면 다시 장면을 찾아보며 하나하나 느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원 없이 쏟아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감상기를 남기게 된다. 그러니 아마 영화 블로거의 역할은 못하리라. ‘어나더 라운드’는 올해 초 겨울에 본 영화다. ‘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나의 올해의 영화였다. 당시에는 마음이 편한 시기가 아니라 더 무겁게 이입했을 수도 있으나, 영화가 던지는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은 벌어지는 상처와 힘겨운 봉합의 과정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읽을 때 주의를 요함)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점차 존재감을 잃어가는 주인공 ‘마틴’. 청바지를 입고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