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삶 5

나에게도 이상형이 생겼다.

나에게도 이상형이 생겼다. 그동안 이상형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혹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식으로 아주 자잘하거나 반대로 너무 광범위한 취향이라 나 조차도 못 만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나와 잘 어울리는 그리고 내가 오래도록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민해보았다. 나는 다정한 사람들에게 약하다. 그게 찰나의 관계를 위한 다정함이었을지라도, 다정함에는 강한 무기가 있다. 그들은 껍질을 드러낸 갑각류 같다. 이기적인 인간 본성을 거스르고, 남을 신경 쓰지 않아야 단단해지는 세상에서 말랑한 마음을 내어놓고 산다. 그런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감동과 위안을 얻는다. 나도 더 다정해도 될 것 같은 안도감. 그들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든다. MBTI 유행이 처..

쓰잘데기없는 프로젝트의 서막

오늘의 할 일 : 쓰잘데기 없는 일 하나라도 하기. 내가 이런 계획을 세우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못해도 하루에 5개씩은 TO DO LIST를 채워가며 분단위로 쪼개 살고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미래와 달리. 나는 ‘오늘 어떻게 하면 내가 생각하는 쓸모없는 일을 하나라도 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정확히는 약 1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일명 ‘씊’ 프로젝트는 우연히 본 영상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마음의 치유가 필요했다.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나를 괴롭혔다. 일과 타인으로부터 정의되는 내가 아닌, 진정한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라는 존재보다 내가 되고 싶은 존재만 너무도 크게 남아 있어 내가 이 세상에 발을 디딛고 살고 있는 ..

외로움의 이면

분명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문득 공허하고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사람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도, 우리 사이에 어떤 권태기가 찾아온 것도 아니지만 위로받고 싶은 어린애가 마음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혼자의 시간을 부정적으로 여겼을 때는 그 감정이 그저 외로워서라고 생각했다. 타인이기에 오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 남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외로움. 그러다 마음이 커지면 남은 왜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가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그 사람이 나를 더 이해하고 보듬었으면, 내 마음을 더 알아줬으면 하며 생떼를 쓰기 시작한다. 한때는 그 마음을 사랑이라는 명분에 가두기도 했고, 뻔뻔하게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책임을 전가한..

자기 자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승우아빠 롱블랙 인터뷰

이번 주 발견한 문장 중 하나. 유튜브에서 라는 요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목진화 셰프의 인터뷰. 그의 컨텐츠는 "00 그냥 사드세요" 시리즈로 처음 알게 되었다. '라면은 그냥 사드세요' 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직접 면을 뽑고 튀기고 생고생을 하면서 만드는 컨텐츠인데, 처음에는 개그 컨셉 유튜버인가 했지만 실제로 그가 유능한 요리사였다는 걸 알게 되니 그만의 전문성이 보여 흥미로웠던 유튜버. 지금은 국내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성을 쏟는지 주방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주는 호흡이 긴 컨텐츠들도 만들면서 점차 자신만의 전문성이 가미된 양질의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레스토랑을 연다고 하여 궁금한 참에 접한 인터뷰. 그리고 자신을 여전히 '유튜버'..

<오징어 게임>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열풍인 이유

한국에서는 신파, 외국에서는 참신 국내와 해외 반응이 가장 극과 극으로 나뉘는 부분은 바로 '신선함'과 '익숙함'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선함'을 보는 관점은 관객이 속한 나라, 문화, 환경에 따라 나뉜다.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극 속 등장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등의 게임, 소품, 대사 흐름이 매우 익숙하다. 오히려 한국 관객에게는 '데스 서비이벌'이라는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새로운 장르 전개 방식이 가장 신선함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국에서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건 바로 이 '데스 서바이벌' 장르가 주는 신선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접한 소비자에게는 '오징어 게임' 속 스토리가 흔한 전개 방식이었고, 서바이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