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삶/생각의 끄적임

외로움의 이면

la_tomate 2022. 4. 17. 22:15

분명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도 문득 공허하고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사람이 무언가를 잘못한 것도, 우리 사이에 어떤 권태기가 찾아온 것도 아니지만 위로받고 싶은 어린애가 마음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다.

혼자의 시간을 부정적으로 여겼을 때는 그 감정이 그저 외로워서라고 생각했다. 타인이기에 오는 어쩔 수 없는 괴리감. 남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외로움. 그러다 마음이 커지면 남은 왜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가라는 고민이 시작된다. 그 사람이 나를 더 이해하고 보듬었으면, 내 마음을 더 알아줬으면 하며 생떼를 쓰기 시작한다. 한때는 그 마음을 사랑이라는 명분에 가두기도 했고, 뻔뻔하게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책임을 전가한 마음이었다. 타인은 나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고, 그럴 수 있는 주체는 오직 나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마음을 내 편한 대로 악용한 것이다. 왜 그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스스로 구덩이를 만들고 기어들어가 나 홀로 버려진 기분에 숨 죽여 울었던 날도 허다했다.

행복을 찾아가는 지금에서야 느껴진다. 나는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나를 혼자 있게 해달라고 외로운 감정을 빌미로 외치는 것이었다. "어차피 남은 너를 이해할 수 없어. 너에게 필요한 건 나야." 그 외침을 외롭다는 한 마디로 정의하는 바람에 오랜 시간 깨닫지 못했다. 내가 달래야 하는 마음을 남에게 책임 전가하지 말라는 신호. 집으로 돌아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해주고, 오늘 왜 힘들었는지 지지부진한 글이라도 쓰면서 나를 이해해달라는 신호였다.

내 앞에서 나는 '척'할 필요 없다. 타인에게 엉망으로 치부를 드러내고 싶은 사람이 없듯.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 애써 괜찮은 척, 좋은 척, 쿨한 척 간신히 노력했을 하루다. 그러나 속 좁은 나는 안다. 그다지 괜찮지 않다는 걸. 집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부드러운 침구 속에 들어가 나를 끌어안은 채. '그래, 그랬구나' 토닥토닥하며 잠에 드는 것만큼 더 사랑스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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