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사는 삶/문장으로부터

자기 자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승우아빠 롱블랙 인터뷰

la_tomate 2022. 3. 13. 17:52

출처 - 롱블랙

 이번 주 발견한 문장 중 하나. 유튜브에서 <승우아빠>라는 요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목진화 셰프의 <롱블랙> 인터뷰. 그의 컨텐츠는 "00 그냥 사드세요" 시리즈로 처음 알게 되었다. '라면은 그냥 사드세요' 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직접 면을 뽑고 튀기고 생고생을 하면서 만드는 컨텐츠인데, 처음에는 개그 컨셉 유튜버인가 했지만 실제로 그가 유능한 요리사였다는 걸 알게 되니 그만의 전문성이 보여 흥미로웠던 유튜버. 지금은 국내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과 정성을 쏟는지 주방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주는 호흡이 긴 컨텐츠들도 만들면서 점차 자신만의 전문성이 가미된 양질의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레스토랑을 연다고 하여 궁금한 참에 접한 인터뷰. 그리고 자신을 여전히 '유튜버'라고 소개하는 그.

과거의 영광을 자꾸 찾는다는 건, 지금 열심히 안 한다는 거거든요.  

 

당연히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길래 요리사로서 복귀하는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더 좋은 유튜브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팬들에게 대접하고 촬영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게 신선했다. 그리고 뒤이어 그가 요리사였던 사실은 과거의 영광이었을 뿐, 지금은 유튜버라는 직업을 가진 자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 

요리사라고 모든 요리를 다 잘 하나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나답게 하면 되는 거죠. 
한 가지는 분명해요. 자기 자리가 어딘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날카로운 통찰이 마음 한 구석을 찌르지만 통쾌하다. 한국말에 흔히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말은 대체로 자신이 가진 능력치보다 과한 것을 갈망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충고의 말로 쓰이지만. '자기 자리를 안다'는 건 태생적인 능력과는 별개로 내 책임과 권한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았을 때의 마음 가짐을 상기시키는 뜻으로 들린다. 리더의 자리, 팀원의 자리, 내가 일을 할 때 앉는 자리, 그저 쉴 때 앉는 자리. 각 자리마다 갖는 무게와 책임이 다르다. 그러니 내 자리가 어디인지 잘 알아야 그 자리에 맞는 품위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꼿꼿하게 그 자리에 두 엉덩이를 붙이고 지켜내는 것 또한 내 몫임이 느껴진다.

 자리를 비우는 순간, 그 곳은 또 다른 누군가가 앉을자리가 된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가 앉았던 자리를 대신하여 앉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리를 잡을 때는 조금 더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자리를 물러날 때는 누군가 올 걸 기대하며 내 흔적은 깨끗이 털어낸 뒤 홀가분하게 떠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