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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다

la_tomate 2021. 9. 22. 20:39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의 저서 <제로투 원>. 7년 전 출간된 책으로 이미 한국에서는 베스트셀러로 익히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읽지 않았으나 최근 유튜버 심사임당의 추천 책으로 소개된 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껴 읽게 되었다.

 

피터 틸은 '독점'만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경쟁 체제란 이윤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라 말하는데, 기업 간의 경쟁은 경쟁자를 이기는 것에만 몰두하게 만들어 사업의 방향성과 본질을 흐리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경쟁을 반복하다 보면 차별점이 없이 단순히 생존을 위해 싸우게 되는 구조가 되고, 이는 결국 모두가 이윤을 얻을 수 없게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경쟁을 고집하는 이유는 일종의 '신념'으로 오랜 교육과 환경 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 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믿어 왔기 때문이며, 이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독점'은 말 그대로 경쟁자가 아무도 없는 상태로 책의 제목인 제로투 원에 걸맞게 시장을 단 하나의 기업이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그가 독점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독점 기업만이 이윤 창출을 넘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을 갖는다는 부분이었다. 즉, 독점 기업은 시장에서 제거해야 하는 존재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들만이 돈을 좇는 것을 넘어 사회 발전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존재로 보는 시선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제로(zero)에서 원(one)이 될 수 있는가?

피터 틸은 기술, 시기, 독점, 사람, 유통, 존속성, 숨겨진 비밀. 총 7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그 중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요약했다.

 

기술을 갖추되 10배의 차별점을 갖도록 해라

즉, 2배, 3배 정도의 '더 나은' 수준이 아니라 독보적으로 우월한 차이를 일으키라는 뜻이다.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을 고안해내거나 기존에 존재하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융합하여 재창조하는 방법으로 압도적인 차이를 일으켜야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 할 수 없으며,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

 

가장 적합한 시기인지 생각하라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사업 아이템이라도 당장은 시장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가장 적합한 시기가 언제인지 통찰력이 필요하다.

 

시장의 규모는 크되 시작은 작게 하라

작은 시장부터 시작해서 점유율을 점차 확장하는 전략을 말한다. 특히 네트워크 효과가 큰 비즈니스의 경우 작은 집단부터 장악해서 크게 확장시키는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크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시작할 때 대학교 친구들부터 시작했던 부분을 예시로 든다. 처음부터 다수를 사로잡기보다 소수의 사람들을 확실히 장악하며 뻗어나가야 한다는 전략이다.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라

마지막 방법은 그가 책의 처음부터 물었던 질문에서 비롯된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에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책의 가장 첫 대목에 등장하는 말은 그가 채용 면접을 볼 때 참가자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이라고 한다. 질문의 요점은 남들이 모르거나 혹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그 기회를 볼 줄 아는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정말 중요한 진실'이란 미래에 다가올 무언가 혹은 남들이 중요성을 알지 못하고 묻혀있는 진실을 뜻하며, '남들이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그러한 진실이 기존의 통념과는 정반대 될 수 있기 때문에 외면 당하는 현실을 말한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등장하는 '닷컴 버블' 사태 등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여 경제적으로 위기를 겪었던 사건들이 바로 '정말 중요한 진실'을 보지 못하고 현재의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미래만을 꿈꿨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독점'을 새롭게 정의하는 관점이 신선했고, 독창성과 차별화 전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독점'이 기업 생존의 유일한 방법으로 마무리되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모든 기업이 10배에 가까운 기술력의 차이와 통념을 깨는 독창성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며 (그럴 수 있다면 그건 독점이 아닐 것이며) 그러지 못하는 기업들의 존재는 이윤을 얻지 못한 채 낙오자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존재 이유와 독점 기업의 모순도 분명히 있을 것이기에 그의 모든 주장을 동의할 수는 없었다.

 

반면, 경쟁이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개인의 삶에서도 충분히 곱씹어볼 만한 주제를 던져주었다. 어릴 적부터 비슷한 환경에 노출되어 학업의 경쟁을 지나, 연봉의 경쟁을 지나, 결혼 적령기의 경쟁 등 끝없는 경쟁 속으로 빠져드는 과정은 경쟁 체재가 이윤, 즉 '나 다운 것의 행복'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였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비즈니스나 개인을 바라볼 때 피터 틸이 제시한 독점 방법을 기준으로 방향성을 체크해보는 것은 유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안전함을 위해 조금 더 나음을 선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전이 무서워 기존 사고방식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차별성을 키우는 노력보다는 비슷한 경쟁자를 이기는 것에 본질을 흐리고 있지 않은지. 사회적인 통념을 벗어나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는 차별화 전략을 통해 개인의 삶을 새롭게 점검해볼 필요성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