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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가려면 함께하라

la_tomate 2022. 7. 24. 15:35
멀리 가려면 함께하라

 

나는 개발 (IT) 지식에 무지한 사람이지만, 우연히 지인의 추천을 받아 완독 했다. 중간중간 개발 관련 개념이 나올 때는 다소 집중을 잃긴 했으나 읽고 나니 배울 점이 참 많았던 책이다.

 

이 책은 애자일 컨설팅 대표인 김창준님이 쓴 만큼 ‘애자일’하게 일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나름대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개발 방법론으로서 ‘애자일’은 아직 이해도가 낮으므로 넘어가고) 조직문화로서 ‘애자일’이란 부서 간 경계 및 분업화를 허물고, 팀으로 빠른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을 하는 업무 방식을 일컫는다. 즉, ‘함께’ 일을 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하며, 이 책은 애자일의 필수인 ‘함께’ 그리고 ‘자라는’ 조직의 방법을 알려준다.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뉘어있으며, 1장 자라기, 2장 함께, 3장 애자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1장 자라기와 2장 함께에서 인상적인 부분과 개인 생각을 덧붙여 기록해본다.

 

1. 자라기

‘자라기’파트에서의 핵심은 ‘어떻게 학습하고 성장할 것인가’이다. 이 글에서 자란다는 것은 결국 더 발전을 한다는 의미인데, 어떤 방향으로 학습을 해야만 자랄 수 있는지 자세한 논문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이 나와있다.

우리는 야생 학습을 해야 한다.

  • 무언가를 배울 때는 학교에서 배웠던 정석적인 학습 틀에서 깨어나 야생에 맞추어 살기 위한 학습을 해야 한다. 겁을 먹을 때 혹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질 때는 나도 모르게 부딪히며 배우는 것보다 방에 틀어박혀 안전한 방식으로 배우려고 한다. 야생은 야생답게. 학습에 정석이라는 것은 없다는 걸 명심하기.

“잘 뽑았다는 것의 기준은 이 사람들이 채용된 후에 실제 직무를 하면서 얼마나 생산적이고 성과를 잘 내는지입니다.” 17p

3년 정도의 경력이 넘어가면 더 이상 경력이 ‘잘 뽑았다’는 기준이 되기 어렵다. 작업 샘플 테스트, 지능 테스트, 성격 테스트 (성실성, 꼼꼼함 등) 이 더 높은 양의 상관관계에 있다.
  • 경력이 이토록 상관관계가 약할 줄은 몰랐다. 분명 경력이 많은데 퍼포먼스가 낮은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모르는 압도적인 차이가 있을 거라고 애써 세뇌해왔다. 이 책을 읽은 시점부터는 더 드라이하게 바라봐도 된다는 생각. 경력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생산적이고 성과를 잘 내고 있는지로 나와 다른 사람을 볼 것. 자만과 자신감. 존중과 올바름. 그 어딘가가 가장 어렵다. 남을 바라보지 말고 나와 나 자신을 비교하며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갈 것. 결국 나 또한 경력이 아닌 생산성과 성과로 평가를 당한다는 것만 잊지 말자.
  • 경력은 나이와 닮았다. 나이가 든다고, 경력이 많아진다고 항상 더 나은 쪽으로 달라지지 않듯이. 때로는 쌓인 경력과 나이에 판단이 흐려지고 의존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나이를 20대 그 이상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생각만으로 나를 젊음에 묶어놔도 실제 나의 모든 몸과 반응들이 풋풋해짐을 느낀다. 앞으로도 나는 경력과 나이를 잊고 수수한 나답게 살기를.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문제를 이해하는 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

  • 문제 정의에 대해서는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걸 보면 사람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방법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지만, 실제로는 문제를 제대로 정의 내리기만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훨씬 쉽다.
  • 고민은 어떤 방점을 찍고 바라보느냐가 깊이를 만든다. ‘무슨 옷을 입을지’를 찍고 고민한다면 옷을 입는 센스와 감각이 길러진다. ‘어떤 삶을 살지’를 찍고 고민하면 삶에 대한 고찰과 의미가 생긴다. 사람이 할 수 있는 고민의 양은 무한하지 않다는 것. 나는 요즘 ‘나’에게 방점을 찍었다. 무엇에 깊이감을 가질 것인지 한 번쯤 돌아볼 것.

의도적 수련 - 자신의 기량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반복적으로 하는 수련

  • 그렇다. 의도적 수련이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다. 다만 새롭게 알게 된 건 악기 연주자에게 공연 시간, 체스 선수에게 토너먼트 시간은 의도적 수련이 되지 않는다는 것. “정말 기량 향상을 목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려고 애쓰는 수련”이 의도적 수련이다.

피드백을 자주 받아라 + 완벽한 도구와 환경을 갖추는 데에 집착해선 안 된다.

  • 내 해결 과제 중 하나. 팀 내에 없다면 팀 외에. 팀 외에 없다면 어떤 도구나 책을 활용해서라도. 내가 잘 해내고 있음을 혹은 무언가 놓치고 있음을 자주 피드백받을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최우선이다.
  • 완벽한 도구와 환경. 빠지기 쉬운 핑계의 늪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최선을 해도 안 될 때는 미련없이 다음 단계로. 내가 잘 성장하고 잘 해낼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믿고 알아가면 된다.

인공 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일

  1. 목표가 모호하고 주관적일 수 있으며 동적이다.
  2. 매 순간 선택할 수 있는 행동/선택의 종류가 불확실하다.
  3. 매 순간 내가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를 알기 어렵다.
  4. 주로 열린 시스템(즉, 예상 못 한 외부 요소가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가 흔한) 속에서 일한다.
  5. 과거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구조화된 기록이 없다.

믿을 수 있는 직관이 형성되려면 ‘타당성’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타당성은 직관이 적용되는 영역에 어느 정도 인과관계와 규칙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예측가능성) 수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하면서 전문가가 안 되는 비결이 있다면 이 타당성과 피드백이 부족한 환경에서 일하는 겁니다. 57-58p 타당성을 높이려면 변수를 제한하고 실험을 하면서 규칙성과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면 됩니다. 59p

실수 문화 - 실수는 하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관리할 것인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

  • 이쯤 되니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걸 교육하고 있는 걸까. 기술적인 측면에서 조금 더 나아진 것 말고는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건 모두 다 야생 학습에서 길러졌다. 경험을 찾기 위해 더듬이를 곤두세우지 않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들. 가령 실수를 하지 않는 법보다 실수에서 배우고, 실수를 관리하는 법. 재능이 많아지는 법보다 가진 재능을 먼저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게 갈고닦는 법.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나답게 사는 법. ‘사랑’이 무엇이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철학적 사고를 하며 타인과 나를 이해하는 법. 나는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사람들에게 어떤 걸 알려주고 싶을까. 고민의 방점.
  • 언제부터인가 실수에 조금 뻔뻔해졌다. 나도 인간인 걸 하면서. 그리고 나면 일이 더 잘 풀린다. 욕은 먹지만, 다음 단계에 두려움이 더 없어진다. 잘 하자보다. 망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돼. 라는 마음이 날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안다. 그간 너무 오랜 시간 ‘실수’와 ‘실패’를 하지 않으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지금은 그 두려움을 많이 깨어내는 중. 그래서 회고가 중요하고 기록과 관리가 중요하다. 실수를 잘 관리하는 법. 폭넓게 고민해볼 것.

2. 함께

어떻게 협업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방법과 사례를 제시하는 파트.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밖에 없고, 상호 간의 신뢰가 무조건 바탕이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도구를 개선하면 비용이 3배 줄어들지만, 관리를 개선하면 비용이 6배 줄어든다.

신뢰를 쌓는 데에 널리 사용되는 한 가지 방법은 투명성과 공유, 인터랙션입니다. 자신이 한 작업물을 투명하게 서로 공유하고 그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인터랙션을 하는 것이죠. P129

  • 복수 공유는 신뢰도 높아지고 성과도 더 좋았다는 실험 결과가 매우 새로운 관점이었다. 보통은 복수를 만드는 것에 너무 많은 리소스가 들거나, 대충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하나에 더 집중하는 편이었는데. 최대한 여러 안을 가지고 나누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특히, 하나의 안만 공유했을 때 자기 효능감이 떨어진다는 것은 너무도 공감. 일에서의 피드백은 아무리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해도 내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이기 때문에 감정을 완벽히 분리하기 어렵다. 감정 분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 여러 안을 준비하기 + 여러 안을 준비할 수 없다면 적어도 고민의 흐름 과정까지 공유하여 중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도록 만들기.

품질이란 누군가에게 가치가 되는 것이다. -품질 전문가 제럴드 와인버그- 똑같은 제품을 놓고도 어떤 사람은 품질이 좋다, 품질이 나쁘다 평한다. 결국 고품질을 얻으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객관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주관적이다. 결국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다.

  • 내가 데이터를 들고 가도 결국 설득하지 못한 건 데이터가 객관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걸 결정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감정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지나치게 객관화, 수치화만으로 설득하려고 하진 않았는지 나를 돌이켜 보게 된다.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득을 이끌어 내는 것.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과제.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계획을 수정한 횟수가 많았습니다. 비전문가는 아주 소수의 부분만 바꿨습니다만 전문가는 전체적으로 손을 대고 바꿔나갔습니다. P157

  • 한 번 시작한 계획 흐름과 아이디어를 바꾸는 건 여전히 어렵다. 이미 진행된 부분을 고도화 하는 데에만 주로 집중을 하게 되고, 내가 주어진 업무가 끝나면 그 이상 기획을 수정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게 보통 협업 시 업무 흐름이다. 무조건 단계적으로 하나씩 계획하며 접근하지 말고 다각도에서 아이디어를 분해해보며 조립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 이는 삼투압적 의사소통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주위에서 엿듣게 되면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스며들게 되는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으며, 쉽게 협력하고 한 사람이 다기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심리적 안전감 : 내 생각이나 의견, 질문, 걱정, 혹은 실수가 드러났을 때 처벌받거나 놀림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

 

마치며, 

자란다는 것, 그것도 혼자만이 아닌 함께 한다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책을 읽고 나서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걸 보면, 여전히 내 안에는 자라고 싶은 욕망 그리고 그걸 나누고 싶은 ‘함께’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책에서 배운 ‘의도적 수련’ ‘신뢰’ ‘피드백’ 등 생각의 틀을 깨어주었던 단어들을 기억하며 더 자라날 나를 기대해본다.